뮤지 코인으로 저작권 투자 - 젝스키스의 "커플" 2주 구매
뮤지 코인으로 저작권 투자
다른 사람들을 잘 부러워하지 않는 성격인데, 능력있는 작곡가들을 정말 너무 부러워했었다. 창작의 고통은 대단하겠지만, 일단 곡을 만들면 사망 후에도 70년 동안 저작권의 보호를 받고 지속적인 수익을 누릴 수 있다. 봄만 되면 들려오는 "벚꽃 엔딩"을 들으며 누구나 한번쯤 '아 저 벚꽃 연금 너무 부럽다' 는 생각은 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인터넷을 떠돌다가 아주 우연히 "뮤지코인"이라는 사이트를 들어가게 됐다.
놀랍게도 우리가 기업의 소유권을 분할하여 주식으로 사고 파는 것처럼, 저작권을 그런 식으로 사고파는 사이트였다. 이거 사기 아닌가 걱정에 여기저기 검색도 해보고 찾아도 보고 했는데 인터넷에는 정보가 거의 없다. 아직 시작한지 얼마 안 된 시스템이라 그런지 거의 정보가 없는 것 같다.
사이트에 들어가서 저작권을 매수 가능한 노래 목록들을 쭉 살펴보았다. 그 중에는 정말 히트곡인 임창정의 '소주 한 잔'도 있었고, 내가 개인적으로 아주 좋아하는 노래인 전유나의 '너를 사랑하고도'도 있었다.
일단 경매 시스템을 통해 대중들에게 저작권 구매를 공모한다. 이건 아무리 봐도 기업을 상장하는 IPO와 비슷한 과정 같다. 그 후엔 개인들이 서로 매수한 저작권을 1주 단위로 서로 사고 팔 수 있었다. 이건 주식시장에서 주식을 사고 파는 것과 유사하다. 그리고 매달마다 그 노래의 저작권으로 벌어들인 수익을 저작권 보유자들에게 분배한다. 이건 주식의 배당금과 유사하다.
쭉 살펴보니 일반적으로 연 수익 8% 정도 선에서 저작권이 거래되는 것 같다. 인기가 많은 '소주 한 잔' 같은 노래를 상대적으로 연 수익이 낮고, 인기가 없어보이는 노래들은 꽤 높았다. 여기도 주식 시장과 다를 바가 없다.
최초의 저작권 투자 시작
사실 음악 시장은 잘 모른다. 일단 사이트를 살펴보면서 어떤 종류의 곡을 사는 것이 유리할까 고민을 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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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저작권은 창작자 사망 후 70년 동안 보장되니까, 남은 기간이 길면 길수록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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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최신곡은 또 이 곡이 오랫동안 사람들의 사랑을 받을 것인지, 아니면 발매 이후에 반짝 사랑을 받다가 소리 없이 잊혀질 것인지 확신할 수 없었다. 적당히 10년 정도 흘렀지만 저작권료 수익이 꾸준하게 유지되는 곡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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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중에서 이따금 다시 발굴돼서 유행할 법한 노래를 고르고 싶었다. 예를 들어 응답하라 시리즈에 나오기라도 해서 다시 저작권료 수익이 대폭 늘어날 수 있을 거 같은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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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왕이면 솔로 가수거나, 남자 아이돌 그룹의 곡으로 사고 싶었다. 가수가 나이를 많이 먹어도 공연을 하고 팬들을 모을 수 있는 가수이길.
결론은 일단 잭스키스의 '커플'을 사기로 했다. 내 짧은 생각으로 정한 기준에 대충 부합하기도 하고, 그냥 내가 정말 좋아하는 노래다.
저작권 구매 과정
1)
먼저 캐쉬를 충전해야한다. 충전 가능한 최소 단위가 만원이라 아쉽다. 실제로 저작권의 가격들은 만원 단위가 아니기 때문이다. 여기 캐쉬로 넣어둔다고 이자를 주는 거 같지도 않고.
2)
이제 저작권을 사고 싶은 노래를 고르자. 노래는 현재 옥션 중인 노래의 저작권을 살 수도 있고, 이미 옥션이 끝나고 저작권의 소유권자로부터 직접 저작권을 사는 방식이 있다. 거래단위는 저작권을 적당히 쪼개서 1주 단위로 거래하면 된다.
3)
끌리는 노래를 클릭하면 자세한 세부 정보들을 확인할 수 있다. 위 캡쳐는 젝스키스의 '커플'의 세부 정보다. 대충 저작권을 1500등분하여 1주 단위로 판매하고 있으며, 최근 12개월 동안 1주당 1813원의 저작권료 수익을 얻었다. 2017년에는 젝스키스가 방송에 많이 나오면서 수익이 꽤 늘었었다.
4)
유저간 거래를 통해 저작권을 매수하였다. 창을 들어가보면 저작권을 팔려는 사람들이 가격 별로 매물을 올려놓았다. 그리고 그 매물에 해당하는 가격일 때 예상 저작권 수익률도 확인할 수 있다. 현재 최저가는 1주당 22900원이고, 예상 1년 저작권 수익률은 7.9%다. 거의 미국 s&p500의 연평균 수익률이다. 나는 한달에 2배 이런 수익을 얻으려는 사람이 아니라서 이 정도면 대만족이다.
구매를 진행하면 다음과 같은 주의 사항이 뜬다. 주의해야할 것이 무조건 사고팔 때 1주당 300원의 수수료가 붙는다는 것이다. 만약 3만원짜리 저작권을 살 때도 1%, 팔 때도 1%의 수수료가 붙는다는 것이다. 주식에 비하면 터무니없이 높은 수수료다. 물론 저작권의 가격이 변동성이 높을리가 없으니 이걸로 단타를 치려는 사람은 없겠지만, 거래 수수료가 매우 높은 편이니 아주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하겠다. 보통 1년 수익률이 8% 선인데, 사고 팔고 한 번하면 2%가 날아간다.
또 하나의 함정이 있다. 내 캐쉬를 실제로 출금하려고 할 때, 만원 이하 단위로 출금하려면 무조건 500원을 수수료로 가져간다. 5000원 출금하면 수수료로 10% 떼간다는 소리다. 만원 이하론 출금하지 말라는 소리.
6)
저작권 구매가 끝났다. 젝스키스의 '커플'이라는 노래의 저작권을 1500등분하여 1주 단위로 판매하고 있고, 나는 그 중 2주를 가지고 있다. 결국 이 노래의 1/750은 내것이라는 소리다.
첫 저작권 투자
5만원도 안 되는 돈으로 첫 저작권 투자를 시작했다. 이 글을 쓰면서 내가 저작권을 산 젝스키스의 커플을 무한 반복으로 들었다. 원래 좋아하던 노래가 더 좋아졌다.
앞으로도 틈틈이 조금씩 저작권을 살만한 노래를 찾아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