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를 드골은 매일 담배를 80개비씩 피우던 지독한 골초였다고 한다. 그런 지독한 골초였던 드골은 프랑스가 파리를 탈환한 1944년부터 금연을 결심하고, 그 후로 평생 담배를 피우지 않았다고 한다. 대체 어떻게 그렇게 한 번에 금연을 성공할 수 있었을까?
샤를 드골은 금연을 결심하고 그 사실을 바로 전 국민이 알 수 있게 선포하였다. 그리고 정말로 금연에 성공하였다.
한번은 누군가 드골에게 어떻게 금연에 성공할 수 있었냐고 물었다. 그러자 드골은 "샤를 드골은 약속을 지키는 사람이니까"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자부심이 강했던 드골은 이미 전국민에게 선포해버린 이상, 자신이 금연조차 하지 못하는 사람으로 인식되는 것을 견딜 수 없었나 보다.
결국 '자신이 금연을 시작한 걸 모두가 알게 되었으니, 금연에 실패한다면 자신은 금연 약속조차 못 지키는 사람이 된다는 것이고, 그걸 견딜 수 없다'는 것이 금연을 성공할 수 있게 만들어주었다는 것이다.
나도 금연을 시작할 때 주변 사람들에게 그 사실을 알리면서 시작했다. 카톡 프로필 메시지를 금연 지속 날짜로 해놨으니까 말이다. 일단 모두에게 선포해버린 이상, 다시 흡연을 시작하는 건 치욕스러운 일이 될 것이다.
핵심은 가족들과 아주 친한 친구들한테만 알린 것이 아니라, 카톡 프로필 메시지를 통해 나를 아는 거의 모든 사람들에게 무차별적으로 금연 사실을 알렸다는 사실이다. 가족은 나의 금연 실패를 이해해 줄 것이다 아주 친한 친구들은 나의 금연 실패를 이해해 줄 것이다. 하지만 그 외의 다른 사람들에게 '금연을 선포해놓고 지키지도 못하는' 그런 놈이 된다는 건 정말로 끔찍한 일이다. 이런 생각이 금연을 지속할 때 큰 도움이 되었다.
우리는 샤를 드골처럼 엄청난 자부심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 우리는 샤를 드골처럼 전국민에게 자신의 금연 사실을 알릴 수 없다. 우리는 샤를 드골만큼 수많은 사람들에게 관심을 받지 않는다.
그렇다고 해도 가능한 모든 사람들에게 자신의 금연 사실을 알려버린다면, 이미 되돌리긴 너무 어렵다.
정말 결국 못 참고 담배를 사서 한 개비를 입에 물고 불을 붙이기 전에 자신이 가장 싫어하는 인간을 떠올려보자. 정말 생각만 해도 역겨운 그 인간이 나의 금연 실패를 비웃는 걸 상상해보자. 정말 마주치기도 싫은 그 인간이 '어차피 실패할 거 금연 선포는 왜 한 거냐고' 주변 사람들에게 뒷담을 깔 걸 상상해보자.
생각보다 금연을 시행하는 데 큰 힘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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