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연자의 습관
1.
식후엔 항상 나가서 흡연자들과 함께 담배를 피웠다. 다시 금연 선언을 했으니 이제 나가지 않는다. 원래 그 시간이면 항상 같은 사람들과 같이 담배를 피우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는데 오늘은 그러지 않았다. 그 비어있는 시간이 낯설다.
2.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는 때가 있다. 그럴 땐 나가서 담배를 피운다. 일부러 폰도 안 하고 다른 사람과 잡담도 안 하고 가만히 서서 담배를 피우며 생각한다. 몇 개비 피우다 보면 해결할 방법이 조금씩 떠오르고 점점 감정이 진정된다. 그리고 마지막 한 개비를 기분 좋게 태우고 나서 다시 문제를 해결하러 들어간다. 오늘은 그러지 못했다. 그저 가만히 앉아만 있었다. 담배를 피우러 나가면 모든 것이 진정될 거 같았지만 나가지 않았다.
3.
아침에 기상하면 몸을 가누기 힘들다. 하지만 침대 옆 탁자에 미리 꺼내놓은 담배를 꺼내어 입에 문다. 라이터도 있다. 하지만 그 상태로 담배를 피우면 집에 담배 냄새가 찌들기 때문에 밖으로 나가야 한다. 입에 그 담배 한 개비를 문 채로 대충 옷을 걸치고 밖에 나가서 담배를 피운다. 한 개비를 다 피울 쯔음엔 끊어질 것 같던 몸의 통증도 진정이 되고 이제 씻으러 간다. 오늘은 그러지 않았다. 침대에 누워 게으름을 피우다가, 알람이 울린 지 30분은 넘게 지나서야 겨우 일어났다.
4.
잠에 들기 직전에 베란다로 나가서 담배 한 개비를 피우고 들어온다. 그리고 이를 닦고 잠자리에 누워서 폰을 잠깐 하다가 잔다. 잠에 안 들면 또 한 개비 피우러 나갔다 돌아오고, 보통 이걸 두어 번 반복하면 잠에 들었다. 오늘은 그러지 않았다. 가만히 얌전히 누워서 잠이 들기를 기다리다가 갑작스럽게 흡연 욕구가 끓어올라서 잠시 밖에서 바람을 쐬고 들어왔다. 그리고 이렇게 컴퓨터 앞에 앉았다.
5.
기타 등등..
습관의 단절
하루의 한 갑의 담배를 피우던 사람이라면 그 담배 20개비의 시간만큼이 붕 떠버린다. 그저 불규칙적으로 랜덤하게 피우던 담배가 아니다. 대부분의 흡연자에게는 흡연이 습관이다. 한 개비에 대략 10분, 하루에 스무 번, 하루에 200분 정도를 차지하던 행위를 어느 날 갑자기 중단해야 한다. 이것이 보통 일이 아니다.
단순한 니코틴 중독의 문제가 아니다. 특히, 나는 금연을 결심한 순간부터 니코틴 패치를 붙이고 있으니 이것은 니코틴 금단 증상이 아니다. 습관을 끊어내야하는 일이고, 흡연자로서의 나를 끊어내야 하는 말도 안 되게 어려운 일이다.
매번 담배를 피우는 순간마다 담배 피우는 것을 대신할 다른 것을 찾아야겠다.
흡연 습관 자가진단
흡연 습관에 얼마나 물들어 있는지를 체크하는 자가진단 테스트를 해봤다. 이 문서 제일 아래에 이 테스트를 했던 사이트 링크를 걸어놓았다.
딱 봐도 습관적인 의존도가 매우 심한 것을 알 수 있다. 니코틴, 타르, 일산화탄소 등등의 화학물질의 효과만이 문제가 아니라 담배를 피우는 습관 자체가 매우 문제인 것이다.
만약 니코틴 패치를 붙이지 않았으면 금연이 더욱 더 힘들었을 것이다. 저런 습관을 끊어내기도 힘든데, 급격하게 찾아오는 니코틴 금단 현상도 같이 끊어야 됐을테니까.
결론
먼저 습관을 끊어내자. 그 이후에 니코틴 패치를 떼고 니코틴 중독을 끊어내자.
흡연하던 때에 흡연을 대신할 다른 무언가를 찾을 것.
참고)
아래의 사이트에 들어가면 흡연에 관한 여러 가지 자가 진단을 해볼 수 있다.
http://www.nosmokeguide.go.kr/lay2/program/S1T50C56/nosmoke/noSmoke_selftest/noSmoke_selftest1_3q.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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