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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연/금연 일기

90일 간의 금연이 실패로 끝남

by ㅍㄹㅈㅂ 2019. 10.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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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7월 1일부터 금연을 시작했다. 원래 첫 3일, 첫 일주일, 첫 2주일 이 기간을 넘기기가 엄청 힘들다. 일상의 모든 빈 시간마다 담배를 피워왔다. 니코틴 중독으로 인한 고통도 물론 힘들다. 것보다 그 비어있는 시간 동안 담배를 꺼내 물고 불을 붙이고 담배를 빨아들이고 연기를 내뿜는, 담배를 피우는 동안에 내가 행하는 그 모든 절차를 이제는 하지 않고 버티는 것 자체가 힘들다. 지금까지 금연 시도만 수백 번은 해왔을 텐데, 거의 첫 일주일을 넘기지 못했었다.

 

이번엔 달랐다. 꽤 오랫동안 별 문제 없었다. 첫 일주일 동안에도 '아 조금 피우고 싶긴 하다..' 이 정도 느낌만 있었지 그렇게 힘들지 않았다. 금연이 지속되면서, 담배 안 사고 대신 매일 4500원씩 모은 계좌에 돈도 쌓여가고, 피부도 점점 좋아지고, 폐활량도 좋아지고, 아침에도 엄청 개운하고, 밤에 잠도 잘 오고, 입맛도 좋아지고, 담배 못 끊은 친구들도 놀리고, 체취도 좋아지고, 정말 엄청나게 좋은 효과만 계속 계속 느끼면서 담배를 다시 피우고 싶은 생각이 전혀 안 났었다.

 

그리고 방금 그 90일 간의 금연이 실패로 끝났다.

 

 

 

 

수백 번 금연을 실패하면서 다행히 얻은 경험은 있다. 덕분에 어느 순간이 가장 위험한 지 몇 가지 경우에 대해 숙지하게 되었다.

 

가장 위험한 때는 역시 많이 취했을 때다. 술에 취해서 기뻐할 때도 기분 탓에 사서 피우고, 친구가 권해서 피우고, 집으로 혼자 돌아가는 길에 편의점에서 충동적으로 사서 피우고 하는 경우가 가장 흔하다. 금연하는 사람이라면 술자리는 되도록 피하고, 술자리에 들어가기 전에 나는 절대로 담배를 피우지 않는 사람이라는 걸 마음속에 되뇌고 들어가야 한다. 그렇게 해도 자주 실패한다.

 

끝나버린 지난 90일 간의 금연 기록

 

두 번째로 위험한 때가 안 좋은 일이 닥쳤을 때다. 안 좋은 일이 생기고 스트레스가 극심해지면 담배 생각이 간절해진다. 항상 그래 왔기 때문일까. 전혀 담배에 대한 생각이 없다가도 일이 닥치면 흡연 욕구가 엄청 강해진다. 도저히 자제할 수 없을 정도로 심해진다. 그때 정신없이 바쁜 상황이라면 차라리 다행이다.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피로가 심하면 그냥 집에 가서 일찍 잠이 들게 된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이면 감정적인 문제가 조금 가라앉고 다시금 금연을 이어나갈 수 있게 된다. 그런데 위기가 주말 같은 시간적 여유가 많은 때 생기면 - 주말에 일어나는 것들은 보통 인간관계와 관련된 문제다 - 정말 큰일이다. 그 긴 여유로운 시간 동안 오직 그 생각만을 하면서 감정적인 문제가 생리적인 현상으로까지 발현되기 시작하고.. 끝이다. 특히 나는 우울감이 닥치면 끝없이 나락으로 떨어지기 때문에 특히 주의해야 하는 편이다.

 

이번의 실패가 바로 두번째의 경우다.

 

 

 

 

다시 사서 피우기 시작한 담배 한 갑에 이제 3개비의 담배가 남았다. 다시 끊어야 한다. 지난 90일 동안 담배를 끊으면서 금연의 효과에 너무너무 감탄했다. 신체적인 변화는 말할 것도 없고 주변 사람들도 정말 함께 기뻐해 준다. 나 자신도 담배를 끊어가는 스스로가 그렇게 자랑스러웠다.

 

다시 시작한다. 다시 보건소 금연센터에 찾아가서 다시 처음부터 금연을 시작한다. 그리고 이곳에 금연 일주일, 보름, 한달, 100일, 1년, 5년, 10년,, 이렇게 평생 금연 후기 글을 올리고 싶다. 금연하자.

 

 

+)

2020년에 금연을 다시 시작하여 5월 31일에 다시 금연 90일을 달성했다.

 

▼ 새로 달성한 금연 90일 후기

(nbeg.tistory.com/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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